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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를 보다 보면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남녀가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려는 찰나, 화면이 뚝 끊기고 앱 다운로드 링크가 뜹니다. 딱 그 순간의 궁금증을 못 이겨서 저도 한 번 깔아봤습니다. 생각보다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긴 드라마 분석 블로그 글을 쓰고 있지만, 얼마 안 있으면 숏폼 드라마 추천 글이 더 많이 올라오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숏폼 드라마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한 편당 1~2분 내외로 세로형 화면으로 시청하는 드라마 콘텐츠로, 보통 50~100회로 구성됩니다. 현재 세계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13조 원으로 추산되며 그중 중국이 9조 원, 한국은 6,500억 원 정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향후 2027년까지 중국 시장만 1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출처: 카카오벤처스, 한중콘텐츠연구소 숏폼 드라마 전성시대 보고서, 2024).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패턴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텐츠 형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릴스에서 시작된 궁금증 — 숏폼 드라마란 무엇인가
숏폼 드라마를 처음 접한 건 릴스였습니다. 클리프행어(Cliffhanger) 기법으로 편집된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계속 올라왔습니다. 클리프행어란 주인공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된 시점에서 영상을 끊어버려 시청자의 호기심과 흥미를 극대화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가장 궁금한 장면에서 끊기기 때문에 앱을 깔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숏폼 드라마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의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스낵 컬처란 과자처럼 짧고 간편하게 소비하는 콘텐츠 문화를 말하는데, 숏폼 앱 1인당 월평균 이용 시간은 52시간 2분으로 OTT 플랫폼 1인당 월평균 7시간 17분보다 7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영상기술연구, 숏폼 드라마 특성과 한국 영상산업발전 방안 연구, 2025).
이미 사람들이 긴 드라마보다 짧은 콘텐츠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는 2024년 3월 탑릴스를 시작으로 비글루, 숏차, 쇼타임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숏폼 드라마 플랫폼의 월간 다운로드 수는 1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한 220만 건을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즉각적인 자극의 명과 암 — 숏폼 드라마의 현재
직접 보면서 느낀 건 확실히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뭔가 허전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긴 드라마를 보고 나면 감정의 여운이 남는데, 숏폼 드라마는 즉각적인 자극은 강하지만 그 자극이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지금 숏폼 드라마의 가장 큰 한계입니다. 즉각적 보상 편향(Immediate Reward Bias) 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각적 보상 편향이란 먼 미래의 큰 보상보다 즉각적인 작은 자극을 선호하는 심리 경향으로, 숏폼 콘텐츠 소비가 이 패턴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교훈, 풍자, 사회적 메시지 같은 깊이 있는 서사를 담아내기엔 1~2분이라는 시간이 구조적으로 너무 짧습니다.
또한 아직까지는 인지도 낮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 연기의 미숙함과 스토리 전개의 연결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숏폼 드라마 인기 장르의 50% 이상이 로맨스와 단순 드라마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인지도 있는 배우들의 얼굴이 숏폼 드라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스타 파워가 숏폼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건 이 시장이 단순한 저예산 콘텐츠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긴 드라마의 시대는 끝날까 — 숏폼 드라마의 미래
많은 사람들이 긴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숏폼 드라마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한국의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10억을 넘어섰는데 코로나19 이후 제작 편수는 확연히 감소했습니다.
반면 숏폼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1~2억으로 기존 드라마 1편 제작 비용으로 100편 이상의 숏폼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앞으로 AI가 드라마 제작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숏폼 드라마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AI가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의 얼굴을 합성하고 자막과 번역까지 처리하는 AI 드라마가 등장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숏폼 드라마 플랫폼 스토리릴스는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작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숏폼 전문 작가와 연출자가 생겨나고, 넷플릭스처럼 안정적인 플랫폼 구조가 갖춰진다면 숏폼 드라마는 드라마 시장의 한 축을 확실히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품질이 올라가면 숏폼 드라마를 활용한 광고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면, 숏폼 드라마의 품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 긴 드라마보다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긴 드라마를 분석하고 추천하는 블로그를 쓰고 있지만, 언젠가 숏폼 드라마 추천 글도 함께 올라올 날이 올 것 같습니다. 그날이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